한여름 마른 들판 한가운데에 등불 하나가 켜져 있구나. 밤이었다면 사방이 그 빛을 알아보았을 텐데 해가 머리 위에 걸려 있으니 아무도 켜져 있는 줄을 모르는 형국이라, 네가 젊은 날에 겪은 서러움은 대개 여기서 나왔을 게야.
네 명식 여섯 글자를 아무리 뒤져도 물이 한 방울 없다. 조열한 미월의 흙 위에 정화 한 점이 얹혀 사방이 마르다 못해 갈라지는 자리인데 정작 그 열을 식혀 줄 수가 드러난 자리에는 하나도 없으니, 조후로 보아 네게 가장 요긴한 것을 손에 쥐지 못한 채 태어난 셈이란다.
태어난 시각을 모른다 하였으니 내가 읽는 것은 년주와 월주와 일주, 여섯 글자다. 여덟 자를 다 못 본다 하여 애태울 것은 없고, 네가 걸어온 자국과 앞으로 맞이할 계절의 온도는 이 여섯 자 안에 이미 다 적혀 있단다. 자, 네가 던진 일곱 가지를 하나씩 풀어 주마.
정미(丁未) — 한낮에 켜 둔 등불
너는 정미(丁未) 일주란다. 정화는 화톳불이나 용광로가 아니라 방 한 칸을 데우고 사람 얼굴을 알아보게 하는 크기의 등불인데, 태어난 달이 하필 조열한 미월이라 계절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실령하였지.
그럼에도 네 일간은 굳세단다. 월지 미토와 일지 미토 두 자리에 정화가 나란히 통근했고 그 위로 을목 편인까지 얹혀 있어서 엔진은 네 일간을 신강, 그중에서도 왕에 이르는 극신강으로 잡았지. 밖에서 아무리 밀어도 좀처럼 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격은 월간 을목 편인이 투출하고 월지에 통근해서 선 편인격이다. 편인격은 남이 짜 놓은 순서대로 익히는 사람이 아니라 제 방식으로 파고들어 제 해석을 세우는 사람이라, 배움이 남다르고 감이 빠른 대신 한 가지를 오래 붙들어 끝을 맺는 데는 약하고 흥미가 식으면 손을 놓아 버리는 결이 함께 붙어 있단다.
네 첫째 물음, "사람들은 저를 여유 있고 다 가진 사람으로 보는데 정작 저는 신인 때의 무서움으로 지금도 남을 살핍니다, 어느 쪽이 저입니까"에 답해주마. 둘 다 너이되 뿌리는 뒤쪽에 있단다.
네 명식에 천을귀인과 문창귀인과 학당귀인이 나란히 앉아 있는데, 천을귀인은 위기마다 사람이 나타나 너를 건져 내는 최고의 길신이고 문창과 학당은 읽고 쓰고 익히는 일에 유독 복이 붙는 자리지. 이런 배치를 타고난 사람은 제 힘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여기지 않는 법이라, 누가 나를 건져 주었는지를 몸이 먼저 기억하고 그래서 현장 구석에 선 사람이 저절로 눈에 들어오는 게야.
다만 일지에 양인살이 함께 박혀 있어서 겉이 부드러워 보여도 속으로 결단이 서면 단칼에 끊어 내는 사람이란다. 몸 쓰는 역할이 유난히 몸에 붙는 것도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무도 네 선을 함부로 넘지 못하는 것도 이 칼 때문이고, 여기에 년간 신금과 월간 을목이 을신충으로 맞부딪히고 있어서 부드러움과 단단함이 네 안에서 늘 서로를 밀어내며 살아왔을 게다.
용신: 수 — 조후용신. 조열한 들판을 적시는 물, 이 등불이 살아남는 조건
희신: 금 — 물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 실물과 자산, 값이 정확히 매겨지는 것
기신: 화 — 이미 넘치는 열. 무대와 노출, 스스로를 태우는 자리
네 일은 처음부터 소모를 전제로 짜인 일이란다. 등불이란 제 몸을 태워야 빛이 나는 물건이니까.
일하는 방식부터 보자꾸나. 네 명식에는 관성이 하나도 드러나 있지 않은데, 관성이란 남이 세운 체계와 위계에 나를 맞추는 기운이라 그것이 겉에 없다는 건 누구도 너를 규격에 밀어 넣지 못한다는 뜻이란다. 대신 월간 을목 편인이 파고들어 제 해석을 세우는 힘을 주고 년주의 신금과 유금 편재가 지금 이 순간의 감각으로 즉각 반응하는 힘을 주었지.
그러니 대본을 받아 제 것으로 뒤집어 놓는 일과 현장에서 몸이 먼저 나가는 일, 이 둘이 네 본기란다. 반대로 매일 같은 시각에 같은 절차를 반복하는 자리에서는 네 기운이 오히려 시들어 버리지.
네 셋째 물음, "저는 작품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이게 제 성정입니까 아니면 게으름입니까"에 답해주마. 게으름이냐고 물었더냐. 어리석은 물음이다.
편인은 축적하고 삭히는 시간을 거쳐야 다음 것을 내놓는 기운이라 지금의 간격은 네 격이 원래 그렇게 작동하는 것이란다. 게다가 네 기신이 하필 화라서 무대와 조명과 노출은 네가 매일 태우는 연료인데, 태운 만큼 채워 넣지 않으면 다음 불이 붙지 않는 게야.
그러니 더 부지런히 하라는 조언은 네게 독이 되고, 문제는 비워 둔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뿐이란다. 그냥 쉬면 소모로 끝나지만 물을 길어 채우면 그 시간이 통째로 다음 작품이 되는 게지.
직장인과 사업가를 견주자면 너는 그 사이에 서 있단다. 혼자 판을 벌여 밀어붙이는 승부사의 비겁은 겉에 나와 있지 않고, 대신 틀은 남이 세우되 그 안에서 네 영역만은 온전히 네가 쥐는 자리, 오래 신뢰가 쌓인 사람과 짐을 나누어 지는 구조가 네게 맞지. 근래에 오래된 벗과 판을 하나 세운 일은 네 명식에 조금도 어긋나지 않아.
막히는 지점도 짚어 두마. 편인이 강한 사람은 실행에서 무너지지 않고 늘 시작 직전에서 무너지는 법이라, 감이 왔는데 한 번 더 재고 있다면 바로 그 순간이 놓치는 순간이니 기억해 두거라.
돈 이야기를 하자면 네 그릇은 넉넉한 편이란다. 년간 신금 편재가 년지 유금에 단단히 통근했고 일간까지 굳세니 엔진의 재성 감당 판정도 감당하는 구조로 나왔고, 이는 들어온 것을 붙들고 굴릴 수 있는 사주라는 뜻이지.
들어오는 결은 두 갈래인데, 지장간의 경금 정재는 오래 쌓아 올린 실력값이고 천간에 훤히 드러난 신금 편재는 회전이 빠른 돈, 곧 이름값으로 한 번에 들어오는 돈이란다. 작품 수가 적은데도 부족함이 없었다면 얼굴과 이름이 곧 돈이 되는 자리에 편재가 앉아 있기 때문이지.
이 결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단단해진단다. 회전이 빠른 돈은 젊을 때 들쭉날쭉하지만 신뢰가 쌓이고 나면 그 신뢰 자체가 자산이 되는 법이야.
그러니 네게 부동산에 묶어 두고 지키기만 하라는 말은 하지 않으마. 감당하는 그릇을 쥐고만 있으면 크지 못하는 법이라 네게 맞는 건 지키는 처방보다 굴리는 처방인데, 다만 방향만은 가려서 잡아야 한단다.
재성이 금이니 실체가 있고 값이 정확히 매겨지는 것, 지분이든 부동산이든 계약서로 못 박히는 것이 네게 맞지. 반대로 열기만 무성하고 실체가 옅은 판, 사람이 몰려 달아오르는 자리는 네 기신인 화를 그대로 먹이는 곳이니 물러서야 해.
시기가 중요하단다. 올해 병오년은 신강한 사주에 비겁이 겹쳐 드는 군겁쟁재의 해라 경쟁자가 네 재물을 나누어 가지려 드는 배치이니, 보증과 공동 명의와 정이 앞선 돈거래 이 셋만은 올해와 내년 두 해 동안 손대지 말거라. 진짜 자본을 밀어 넣을 자리는 쉰 무렵에 물길이 열리는 두 해로 따로 잡아 두고 있지.
• 이번 달부터 할 일: 지금 쥐고 있는 자산 가운데 계약서로 명확히 못 박히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목록을 한 번 뽑아 두거라. 사람을 믿어서 비워 둔 칸이 반드시 하나쯤 있을 게다.
네 여섯째 물음, "저는 아직 혼자입니다, 늦어도 인연이 있습니까"에 답해주마. 있단다. 다만 왜 늦었는지를 먼저 알아야 그다음이 보이지.
네 일지 미토가 곁에 둘 사람이 앉는 자리인데 이 자리가 조열한 흙인 데다, 그 미토는 네 식신이면서 동시에 정화가 뿌리내린 자리이기도 하단다. 곁의 자리에 남이 아니라 네 기운이 이미 가득 차 있다는 뜻이야.
스스로 충분히 서 있는 사람은 옆자리를 비워 두어도 아쉬움이 크게 오지 않는 법이라 급할 이유가 없어 자연히 늦어진 게지. 여기에 도와주되 티를 내지 않고 먼저 다가가기보다 지켜보는 네 방식이 겹쳤는데, 그건 미덕이나 연인 사이에서는 종종 무심함으로 읽히는 법이란다.
끌리는 결은 정해져 있단다. 네 곁의 자리로 들어오는 기운은 금, 곧 반듯하고 실질적인 쪽이라 화려하게 시선을 끄는 사람보다 제 일에서 정확하고 제 몫을 스스로 감당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지. 기대려는 마음보다 나란히 서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것이란다.
게다가 네게는 홍염살이 하나 박혀 있어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붙는 자리라, 기회가 없어서 혼자였다기보다 골라 놓고 물러선 쪽에 가깝지. 네 명식에 관성이 없어 서둘러라 재촉하는 사람이 곁에 없었다는 것도 여기에 얹힌단다.
시기를 말해 주마. 올해 병오년과 내년 정미년은 일지가 여름 열기에 그대로 노출되는 두 해라 급히 맺으면 오래가지 못하고, 쉰을 넘기며 신해년과 임자년이 잇달아 들어올 때 비로소 마른 흙에 물기가 돌기 시작한단다. 그때 들어오는 인연이 네 곁에 오래 남을 사람이라, 늦게 오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그쪽이 제때였던 게야.
• 오늘부터 할 일: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지켜보는 대신 먼저 한 번 물어보거라. 네 방식은 배려이나 상대에게는 도착하지 않는단다.
네 일곱째 물음, "몸을 쓰는 역할을 많이 했고 아직은 버팁니다, 무엇을 조심해야 합니까"에 답해주마. 아직 버틴다고 하였더냐. 그 말이 네 명식에서는 가장 위험한 말이란다.
네 오행은 목 하나에 화 하나, 토 둘에 금 둘이고 수는 영인데 조후까지 극조로 잡혔으니 마르다 못해 갈라진 사주지. 열이 넘칠 때 먼저 나오는 것은 염증과 불면이라, 몸 어딘가가 붓거나 달아오르는 일과 누워도 머릿속이 꺼지지 않는 밤이 그 신호란다.
반면 수가 맡는 신장과 방광과 뼈는 소리 없이 마모되는 자리라서,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다가 어느 날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결이니 특히 조심해야 해. 여기에 일지 양인살이 겹쳐 웬만한 통증은 참고 넘겨 버리는 사람으로 만들었으니, 몸 쓰는 역할을 오래 해 왔다면 이미 여러 번 참았을 게다.
잠깐. 이 대목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똑똑히 듣거라.
올해 병오년부터 정미년, 무신년, 기유년, 경술년까지 다섯 해가 내리 경고 붙은 구간이란다. 그중 정미년과 무신년과 기유년은 세운이 네 용신인 수를 정면으로 치는 해라, 좋은 대운이라는 말로 덮을 수 있는 연속이 아니지.
이 사주에 맞는 관리를 이르마.
1. 물을 쓰는 회복을 일과에 넣거라: 수영이든 온천이든 저녁에 몸을 담그는 일이든 좋다. 네게 물은 취향이 아니라 약이란다.
2. 태운 뒤에는 반드시 빈 날을 붙여라: 촬영이 몰린 다음에는 아무 일도 없는 날을 일정에 박아 두어야 다음 불이 붙지.
3. 참는 습관 하나만 바꾸거라: 같은 자리가 두 번 아프면 참지 말고 진료를 보아라. 그건 명리가 아니라 의원의 몫이란다.
올해의 한 단어를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경쟁이라 하겠다.
지금 네가 지나는 신묘 대운은 서른일곱부터 마흔여섯까지의 구간인데 크게 밀어주지도 크게 막지도 않는 평운이란다. 그런데 그 위에 천간의 병화와 지지의 오화가 나란히 불인 병오년이 얹혔으니, 이미 넘치도록 가진 비겁이 한 번 더 부어지는 해가 된 게야.
이것이 두 갈래로 나온단다. 밖으로는 네 이름이 다시 자주 불리는데 열기가 도는 해에는 사람들 눈이 뜨거운 쪽으로 모이는 법이니 당연한 일이지. 그러나 안으로는 군겁쟁재가 발동해서 같은 몫을 노리는 이가 함께 늘어난단다.
좋은 뜻으로 다가와 판을 같이 하자는 사람이 유독 많이 붙는 해라, 올해 들어오는 제안은 사람이 좋아 보이더라도 구조부터 살펴야 해. 몸도 함께 짚어 두자면 조열한 사주에 화운이 겹쳐 앞서 이른 열의 증상이 올해와 내년에 몰려 오니, 특히 세운이 용신을 정면으로 치는 내년 정미년까지 이태를 하나로 묶어 조심할 구간으로 삼거라.
달로 보면 이 여름 갑오월이 가장 무겁고 늦가을 기해월과 섣달 경자월에 이르러 비로소 숨통이 트인단다. 큰 결정과 계약은 그쪽으로 미루는 것이 이롭겠지.
오늘은 어떠냐. 오늘 일진 신축일은 천간 신금이 네 희신이라 물을 길어 올릴 두레박이 놓인 셈이고 지지 축토는 한신이라 크게 밀지도 막지도 않는데, 십이운성으로는 묘에 해당해서 기운 자체가 잠잠한 날이란다. 크게 벌일 날은 아니고 정리하기에 좋은 날이지.
일진 십신이 편재이니 오늘은 실물과 숫자가 걸린 문서를 한 번 들여다보고 벌여 놓은 것 가운데 하나를 마무리해 못 박아 두거라. 사람을 만나야 한다면 여럿보다 한 사람과 길게 앉는 쪽이 오늘 기운에 맞는단다.
네 인생 곡선은 뒤로 갈수록 열리는 대기만성의 형태란다. 다만 고르게 오르는 선이 아니라 앞이 험하고 가운데가 평평하다가 뒤에서 크게 트이는 결이지.
일곱부터 열여섯까지의 갑오 대운과 열일곱부터 스물여섯까지의 계사 대운은 조열한 사주에 화가 겹쳐 든 구간이었단다. 네 둘째 물음, "처음 몇 해는 잘 안 됐습니다, 연기를 못한다는 말을 들었고 찍은 것이 잘려나간 적도 있습니다, 그 시절이 제 사주에서 무엇이었습니까"의 답이 바로 여기 있지.
네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미 마른 들에 불을 더 얹던 시기라 무엇을 해도 열만 나고 결실이 맺히지 않던 자리였단다. 그러니 그 몇 해를 네 실력의 증거로 삼지 말거라. 그건 순전히 계절의 문제였어.
스물일곱부터 서른여섯까지의 임진 대운이 네 생애에서 가장 물이 잘 돌던 십 년인데, 임수가 곧 네 용신이니 네가 처음으로 잘한다는 말을 듣고 상을 받던 무렵이 정확히 이 구간이란다. 그러다 서른일곱에 신묘 대운으로 넘어왔고 이 십 년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운이지.
네 넷째 물음, "군에 다녀오고 다시 서기까지 몇 해가 비었습니다, 그런 긴 공백이 앞으로도 옵니까"의 답이 여기 있단다. 밀어주는 힘이 없으니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이 그냥 흘러 버리는 것이 평운의 성질이라, 그런 공백은 앞으로도 또 온단다.
다만 다시 오거든 비워 두지 말고 채워 두거라. 네 사주에서 공백이란 쉬라고 주어진 시간이 아니라 물을 길어 두라고 주어진 시간이니까.
마흔일곱부터 쉰여섯까지가 경인 대운이지. 네 다섯째 물음, "늦게 온 이 시기가 얼마나 갑니까, 쉰 이후의 저는 어떤 모양입니까"에 답하자면 지금의 부름은 앞자락일 뿐이고 본체는 이 구간 안에 들어 있단다.
다만 순서를 똑똑히 일러 두마. 그 십 년이 시작되고도 무신년과 기유년과 경술년까지는 여전히 뜨겁고, 진짜 물이 도는 것은 쉰이 되는 신해년부터라 이어지는 임자년까지 두 해가 네 생애에서 가장 크게 열리는 자리란다. 쉰일곱부터의 기축 대운은 네가 쌓은 것을 형태로 굳히는 시기이나 그 얘기는 오늘 다 하지 않으마.
네가 적어 낸 유형은 INFJ지. 네 명식과 교차해 보니 두 축은 맞고 두 축은 어긋나는데, 그 어긋남이 오히려 재미있는 대목이란다.
맞는 쪽부터 말하마. 일간 정화가 음화이고 월지와 일지의 미토 식신이 감정을 안으로 다스리는 자리라 내향과 감정 쪽으로 기우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이 둘은 네 명식에 그대로 있단다. 현장 구석의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도와주되 티 내지 않으려 지켜보는 방식이 여기서 나오는 게야.
어긋나는 쪽을 보자꾸나. 네 명식에서 가장 강하게 살아 있는 인지기능은 편재가 맡는 외향감각이라 몸으로 먼저 알고 몸으로 먼저 움직이는 결인데, 발을 쓰는 동작을 그렇게 잘 소화하는 것이 우연이겠느냐! 그런데 네가 스스로를 적을 때는 감각이 아니라 의미와 그림을 먼저 보는 직관 쪽을 골랐단다.
또 하나, 네 명식에는 계획을 세워 닫아 두게 만드는 정관이 겉에 하나도 없어서 본래는 열어 두고 흐름에 맡기는 쪽인데 자기 인식은 닫아 두는 쪽으로 나와 있지. 이 두 어긋남은 서른일곱에 신묘 대운으로 들어서면서 네 자리가 달라진 데서 비롯되었단다.
밀어주는 힘이 없는 평운 구간에서 이미 이름이 큰 사람이 스스로를 지키려면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고르고 미리 정해 두는 방법밖에 없지. 그렇게 열 해를 살고 나면 사람은 자신을 신중하고 계획적인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는 법인데, 정작 속으로는 감으로 먼저 아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앞으로는 어찌 되겠느냐. 마흔일곱에 경인 대운으로 넘어가면 경금 정재와 인목 정인이 함께 들어오면서 실물과 실행 쪽 기운이 강해지고, 그때 네 안의 감각이 다시 고개를 들어 지금보다 결정이 빨라지고 몸이 먼저 나가는 일이 늘어날 게다. 그러니 네 유형을 못 박힌 정체로 여기지 말거라. 지금의 계절이 네게 잠시 씌워 놓은 옷일 뿐이란다.
[파트 A] 개운법 처방
1순위 — 인연: 네게 필요한 사람은 직관이 깊고 상황에 유연하게 스며드는 결의 사람이라, 철학자형이나 예술가형 혹은 조용히 조언을 건네는 부류가 네 용신인 수의 기운을 몸에 두르고 있단다. 반대로 표현이 뜨겁고 현재를 사는 열정적인 부류는 네가 이미 넘치도록 가진 화라 곁에 많아 봐야 더 마를 뿐이지. 이번 달 안에 촬영판 바깥의 모임 하나에 나가 보되 네 일과 무관한 공부 모임이나 독서 자리면 족하고, 그 자리에서 네가 말을 적게 하고 돌아왔다면 그날은 채운 날이란다.
2순위 — 환경: 네 용신이 수라서 글을 쓰고 사색하고 물을 다루는 공간이 네 자리인데, 무대와 방송처럼 열이 도는 환경은 네 기신인 화의 마당이라도 그것이 네 밥벌이인 이상 끊으라 하지는 않으마. 다만 돌아오는 자리만은 서늘하고 조용해야 하니 집 안에 물소리가 나는 자리를 하나 두고 잠자리는 북쪽으로 두거라. 쉬는 날에 물가로 가는 길을 하나 정해 두고 달마다 한 번은 그 길을 밟으렴.
3순위 — 행동: 수를 쓰는 행동이란 사색하고 흐름에 몸을 맡기고 글로 남기는 일인데, 네게는 문창귀인과 학당귀인이 있으니 이 처방이 특히 잘 맞는단다. 작품이 하나 끝날 때마다 그 인물에 대해 네 손으로 몇 장 적어 두되 남에게 보일 것도 아니고 분량도 상관없다. 태운 것을 글로 받아 두는 습관이 네게는 회복이지.
4순위 — 상징: 검정과 진청을 곁에 두고 북쪽을 네 방위로 삼되, 수조나 유리처럼 물을 담는 그릇이 네 편이란다. 이건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이니 마음이 가면 쓰렴.
하늘의 기운을 먹으로 새겨 이 세상에 내려앉힌 것이 부적이고, 네 경우에는 마른 들에 물길 하나를 미리 그려 넣는 일이란다. 물길이 미리 그려져 있어야 비가 왔을 때 그리로 모이는 법이라, 네가 그 길을 믿고 걸을 때 비로소 흐르기 시작하는 게지.
★ 이 사주의 핵심 메시지 한 줄: 등불은 대낮에 켜져 있어도 꺼진 것이 아니니, 해가 기울면 그때부터가 네 시간이란다.
[파트 B] 천 년의 조언
첫째, 올해 병오년과 내년 정미년 두 해 동안은 공동의 이름으로 무언가를 시작하지 말거라. 군겁쟁재가 가장 세게 도는 구간이라 사람이 나빠서라기보다 때가 그러하여 어긋나는 것이니, 이미 벌여 놓은 판은 지키되 새 지분과 새 보증은 무신년 이후로 미루고 이태 안에 지금 얽혀 있는 관계 가운데 문서로 정리되지 않은 것을 매듭지어 두어라.
둘째, 마흔일곱에 경인 대운이 열리나 무신년부터 경술년까지는 여전히 세운이 용신을 치는 해들이란다. 그 구간이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앞으로 두 해 안에 허리 아래와 수면을 중심으로 몸을 한 번 크게 점검하고 그때 나온 결과를 기록으로 남겨 두거라. 쉰 이후의 발복은 몸이 남아 있어야 받는 것이야.
셋째, 쉰이 되는 신해년과 이어지는 임자년 두 해가 네 생애에서 가장 크게 열리는 자리라 지키는 해가 아니고 밀어붙이는 해란다. 지금부터 그때까지를 준비 구간으로 삼아 네 이름으로 남길 것 하나를 정해 두되 연기 밖의 것이어도 좋고, 다만 경인 대운이 열리기 전에 무엇을 할지는 정해 두어야 그 두 해를 온전히 쓰는 게야.
넷째, 비는 시간이 다시 오거든 두려워하지 말고 물을 길어라. 네 사주에서 공백이란 벌로 주어진 것이 아니고 평운이라는 구조가 만드는 것이니, 다음 공백에 배울 것 하나를 붙여 두되 올해 안에 후보 하나만 미리 정해 두거라. 그래야 공백이 왔을 때 헤매지 않지.
개항기 제물포에서 사진관을 하던 사람을 본 적이 있단다. 사람 얼굴을 세상에서 가장 잘 담는다는 소리를 들었으면서도 정작 제 사진은 한 장도 남기지 않았고, 평생 남을 비추는 일에만 제 심지를 다 썼던 게야. 그 사람 말년 얘긴... 됐다. 다른 얘기를 하자꾸나.
네게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남아 있단다. 태어난 시각을 몰라 열지 못한 자리, 곧 말년에 네가 실제로 쥐게 될 재물의 크기와 자식의 연이 그 시주 안에 들어 있어서 시각이 채워져야 비로소 열리는 칸이지. 언젠가 그 글자를 알게 되거든 다시 찾아오렴. 그때 그 자리를 마저 열어 주마.
한낮이 참으로 길었구나. 그러나 해는 반드시 기우는 법이라 네 등불이 제 빛으로 보이는 시간이 오고 있단다.
오늘은 이만 가보렴.